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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참사, 비숙련공 투입과 안전 부실이 부른 인재"

by 디피리 2024. 8. 23.

화성의 리튬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결국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이는 업무상 과실과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비극이었다.

김종민 경기남부청 광역수사단장이 23일 경기도 화성시 서부경찰서에서 화성 아리셀 화재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뉴시

23일,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서부 화재 사건 수사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는 지연된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제조 공정을 가동한 것이 원인이다.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하고, 불량품이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사고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상구 설치 규정의 미준수 등 총체적인 소방 안전 부실이 피해를 더욱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의 발단은 아리셀이 방위사업청과 34억 원 규모의 리튬배터리 납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4월 납품이 국방기술품질원의 검사에서 불합격되면서 납품이 중단되었고, 지체상금이 매일 70만 원씩 부과되기 시작했다. 이에 아리셀은 하루 5000개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인력 공급업체를 통해 비숙련공 53명을 급히 투입했다. 이들 비숙련공은 리튬배터리 제조의 핵심 공정에 투입되었지만, 충분한 교육 없이 작업에 나서게 되었다. 이는 배터리의 내외부 단락을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불량품을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이러한 불량품 중 하나가 6월 22일에 발열을 일으켜 폭발했지만, 아리셀은 생산을 중단하지 않고 강행했다. 그 결과, 6월 24일 또 다른 폭발이 발생하며 대형 화재로 번져 31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더 큰 문제는 화재 당시 비상구와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였다. 비상구는 3개의 출입문을 통과해야만 접근할 수 있었으며, 일부 출입문은 정규직만이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가 있어야 열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상구로 대피하지 못하고 출입구 반대편으로 향하다 변을 당했다. 특히, 37초의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이 시간 동안 대피를 유도하는 사람이 없었고, 많은 이들이 비상구를 찾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렀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아리셀은 방위사업청에 납품할 배터리의 품질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시험 데이터를 조작하고 샘플 시료를 바꿔치기하는 등의 조직적인 범죄를 저질렀다. 이러한 범행은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관계자가 공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은 박중언 아리셀 본부장을 비롯한 18명을 입건했으며, 노동부는 박순관 대표와 박 본부장, 그리고 인력 공급업체 메이셀의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박 대표와 박 본부장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이와 관련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