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닫는 건 쉬웠는데, 다시 여는 데 몇 년이 걸릴 줄은 몰랐어요.”라는 한 청년의 고백처럼, 취업 실패와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청년들이 고립·은둔 상태에 빠지고 있습니다. 울산의 한 중소 IT업체에서 5년간 일했던 권기현(가명, 37) 씨는 처음에는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고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었으나, 퇴사 후 외출을 점점 피하고 사람과 마주하는 것조차 힘들어지며 우울감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은둔 청년의 현실과 심리적 고립
권기현 씨는 울산의 중소 IT업체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서울로 올라와 첫 직장에서 제대로 된 설명도 받지 못하고, 갈등 없이 조용히 일처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외출과 사람 만남이 두려워지면서 무직 상태로 전락하였습니다. 무직 기간이 길어지자 가족과의 거리도 멀어지고, 방 안에만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심리적으로도 큰 고립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계약직 웹디자이너 김수영(가명, 30) 씨도 금전 문제와 과중한 업무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외부와의 단절 상태에 빠진 경험을 토로했습니다. “부모님은 ‘멀쩡한 애가 왜 일을 안 하냐’고 하셨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에 대한 피해의식이 커져 어디 가도 같은 대우를 받을 거라는 두려움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청년 지원 단체와 정부의 역할
이러한 고립·은둔 청년들을 돕기 위해 사단법인 씨즈와 같은 지원 단체들이 2021년 10월부터 상담치료, ‘집밥 모임’ 등 다양한 일상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체가 운영하는 ‘두더집’을 통해 수천 명의 청년들이 상담을 받고 있으며,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 복귀가 어려워지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종합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무조정실이 작성한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19~34세 청년 중 고립·은둔 비율은 2년 전 2.4%에서 지난해 5.2%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15~29세 ‘쉬었음’ 청년 인구가 50만 4000명을 넘어섰는데, 이들이 향후 고립·은둔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전문가 의견과 정책적 시사점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학력 청년이 늘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노동시장 미스매치로 이어진 실패와 좌절이 청년들을 사회로부터 멀어지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립·은둔 청년이 증가할 경우, 가족 돌봄 부담과 국가 복지 비용 증가로 이어져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신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최창욱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고립 기간이 길수록 사회 복귀가 어려워지는 점을 들어, 정부와 주무 부처(복지부, 여가부, 국무조정실 등) 간의 통합적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회 지원 법안과 미래 전망
이 같은 청년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13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고립·은둔 청년 등 위기 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고립·은둔 청년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전국에 ‘청년미래센터’를 설치하여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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