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지린성이 한국 전통 음식인 돌솥비빔밥을 '조선족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2021년 12월, 지린성 정부는 돌솥비빔밥 조리기술을 성급(省級)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고, 이 조리법은 '조선족 돌솥비빔밥'이라는 명칭으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결정은 한국 전통 문화를 조선족 문화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문화공정' 행보의 일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의 비빔밥 프랜차이즈에서도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 중국 우한의 한 상점가에서는 '조선족 돌솥비빔밥 조리기술이 지린성 성급 무형문화유산'이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가 붙었다. 광고 속 돌솥비빔밥의 이미지 또한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지린성의 무형유산 등재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국내에서 돌솥비빔밥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적이 없으며, 전주비빔밥만이 2008년 전북의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돌솥비빔밥과 전주비빔밥은 전통적으로 구별되며, 돌솥비빔밥은 백제 시대 귀족들이 사용한 돌솥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국의 한식문화사전에서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중국은 이전에도 한국 전통 문화를 '조선족의 것'으로 등재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김치, 한복, 태권도에 이어, 윷놀이, 백종절, 아리랑, 판소리 등 최소 17개의 한국 전통문화가 '조선족의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중국의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에 포함됐다. 이는 중국이 자국 내 소수민족을 '중화민족'으로 통합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각 지방정부는 자치적으로 성급 무형유산을 국가급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승격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중국은 2008년 '조선족 농악무'를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후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 전통문화의 국제적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해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국가 간의 문화 갈등을 넘어서, 중국의 '중화민족 통합' 담론을 논파할 수 있는 논리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제3국을 상대로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널리 알리고, 중국의 잘못된 문화적 편입 시도를 막기 위한 국제적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조선족 무형유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려 할 경우 우리 전통문화의 역사성을 명확히 밝히고 외교적 협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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