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이슈

임산부 배려석, 배려는 없고 눈치만?…배려 아닌 '우선석'이 필요하다

by 디피리 2024. 9. 16.

임산부 배려석이 지하철에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임산부들이 제대로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지를 달고도 눈치를 보며 자리를 양보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불쾌한 말을 듣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임산부들이 겪는 불편은 단순한 문제로 끝나지 않고, 그들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심각한 이슈입니다.

최근 출산을 앞둔 이모 씨(30)는 지하철에서 씁쓸한 경험을 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퇴근길에 지하철을 탄 이 씨는 임산부 배려석에 다른 승객이 앉아 있어 서서 가야 했습니다. 남편이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 승객은 “임신했다고 유세 떠는 거냐”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습니다. 이 씨는 결국 집에 돌아와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처럼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임산부들은 여전히 자리를 양보받지 못하거나, 눈치를 보며 서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임산부 배려석과 관련된 민원이 7,000건 이상 접수되었습니다. 특히 임신 초기에는 외관상 티가 나지 않아 배려를 받기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배지를 단 임산부들은 자리를 양보받지 못하고 서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배려석에 앉아 있는 승객들은 배지를 보고도 모른 척하거나, 자리를 비켜줄 의무가 없다고 버티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신 12주차인 박다운 씨(31)는 퇴근 후 지친 몸을 쉬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말하지 못한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냥 서서 가는 게 더 편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배려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임산부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습니다.

 

임신 초기부터 말기까지 임산부들은 다양한 신체적 변화와 불편을 겪습니다. 초기에는 호르몬 변화로 인한 피로와 두통이 심해지고, 중기에는 부종과 발 저림 증상이 발생합니다. 임신 말기에는 자궁이 장기를 압박해 소화가 어렵고,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장시간 서 있는 것은 임산부에게 큰 건강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임산부 배려석 대신 '우선석'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일본처럼 임산부,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을 위한 좌석을 '우선석'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사회적으로 이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선석이라는 개념이 확립되면, 임산부를 포함한 교통약자들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려는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입니다. 임산부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모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